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타보면 알 수 있어. 대부분 사람들 옷차림은 깔끔하고, 여성들은 화장을 하고, 남성들도 헤어스타일에 신경 쓴 모습이지. 심지어 요즘은 남성 화장품 매출도 엄청 늘었다고 하니까. 이런 풍경이 한국에선 당연한 듯 보이지만, 외국인 친구들이 보면 꼭 이렇게 물어봐. “한국 사람들은 왜 다 이렇게 꾸미고 다녀? 왜 이렇게 외모에 신경 써?”
근데 이 질문, 가만 생각해보면 꽤 복잡해. 단순히 ‘예뻐지고 싶어서’, ‘멋있어지고 싶어서’만은 아니거든.
1. 경쟁이 일상이 된 사회
한국은 어릴 때부터 경쟁이 생활이야. 초등학교 때는 시험 성적,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시, 그 다음엔 취업 경쟁. 그렇게 살다 보면, ‘남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압박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버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취업할 때도 스펙 싸움은 기본이고, 첫인상도 평가 대상이 돼. 이력서에 사진 붙이는 문화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도 그래서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지. “능력으로 평가해야지, 왜 외모로 평가해?” 맞는 말이지. 그런데 현실은 다르거든. 똑같은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면, 첫인상 좋고 깔끔하게 꾸민 사람이 당연히 더 기억에 남고, 더 신뢰받기 쉬워.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공식, 한국 사회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어.
2. ‘남’의 시선이 기준이 되는 사회
한국에서 살다 보면, 내가 나를 보는 시선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아. 우리 사회엔 ‘체면’이라는 게 크게 작용해. 내 부모님, 친구, 동료,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까지 내 외모나 행동을 보고 나를 평가할 거란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어. 남한테 흠잡히지 않으려고 더 깔끔하게, 더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거야.
특히 SNS 시대가 되면서 이게 더 심해졌어. 인스타, 틱톡, 유튜브 들어가면 다들 완벽한 메이크업에, 필터로 보정한 얼굴, 스타일리시한 옷차림. 스크롤 몇 번만 해도 ‘나도 저렇게 보여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돼. 사람들은 나를 현실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계속 보고 있으니까.
3. 미디어가 만드는 ‘이상형 틀’
한 번 TV를 켜봐. 드라마, 예능, 광고에서 나오는 사람들 얼굴이 다 비슷해. 하얀 피부, 쌍꺼풀 있는 큰 눈, 날렵한 턱선. 마치 공식처럼 자리 잡아버린 미의 기준이지. 문제는, 이게 자연스럽게 ‘보통 사람들’한테까지 강요된다는 거야. ‘나도 저런 얼굴이어야 성공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지.
그러다 보니 성형도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돼. 한국의 성형외과가 거리마다 넘쳐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고등학생 때 졸업 선물로 쌍꺼풀 수술하는 것도, 회사 들어가기 전에 코 성형하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니까.
4. ‘꾸미기’가 돈 되는 산업
이제는 외모를 가꾸는 게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렸어. 한국 뷰티 시장 규모는 15조 원을 넘어섰고, K-뷰티는 전 세계로 수출돼. 성형 관광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점점 늘고 있고, 뷰티 유튜버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지.
즉, 꾸미고 가꾸고 성형하는 게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아. 사회 전체가 외모에 투자하게끔 유도하고, 그러다 보니 외모 관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처럼 되어버린 거야.
5. 통제 가능한 유일한 것, 내 얼굴
그리고 솔직히, 인생에서 내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몇 개나 될까? 집안, 학벌, 재산, 사회적 위치 같은 건 내 힘으로 바꾸기 쉽지 않아. 그런데 외모는 노력만 하면 결과가 눈에 보여. 피부과 가면 피부 좋아지고, 다이어트하면 몸매 바뀌고, 돈 좀 모으면 수술로 얼굴도 바꿀 수 있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 집착하게 돼. 내 삶에서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시적인 부분이니까.
한국에서 외모 집착은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경쟁, 남의 시선, 미디어, 경제 구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불안까지 다 얽혀 있는 현상이야.
어쩌면, 우리는 너무 외모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외모에 집착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걸지도 몰라.